불교

법화경 영험록 3

비즈만세 2017. 11. 4. 21:57



무간지옥을 벗어나다


동진 안제가 구마라습 신역 묘법연화경 전부질 8권28품을 궁중에서 서사공양 드리고자 명필 유룡에게 칙명을 내려 서사케 하였다.


유룡은 천하 명필 오룡의 아들인데 오룡은 도교를 신봉하여 아들 유룡에게 유언하기를 『너는나의 집안에 태어나 예능을 이었음이라. 나에게 효양하려거든 결코 불경(佛經)을 쓰지 말라. 더욱이 그 중에도 법화경을 절대 쓰지 말라. 우리 본사 노자는 천존이라. 하늘에는 해가 둘이 없음이라. 그렇거늘 저 법화경에서 「지금 이 삼계는 모두 바로 나의것이며, 그 가운데의 중생은 모두 바로 나의아들이거늘, 그러나 지금 이곳은 모든 근심과 난리가 많으니, 오직 나 한사람만이 능히 구원하고 보호할 수 있느니라.」 라고 하였으니, 기괴하기 제일이라. 유언을 어기어 불경(佛經)을 쓴다면 내가 곧 악령이 되어 네 목숨을 끊어 버리겠다.』 하였다.


오룡이 임종시에 혀가 여덟 쪽으로 찢어지고 머리가 일곱 쪽으로 쪼개지며 아홉 구멍으로 피를 토하고 죽었으나, 그 아들은 인과를 분별하지 못하여 자기 아버지가 정법을 비방한 방법죄(謗法罪)로 인해 무간지옥에 떨어지는 악상이 나타난 것을 알지 못하고서 유언을 지켜 불경을 쓰지 않음이라. 하물며 입으로 외울 것인가.


이러한 이유로 황제의 칙명을 두 번이나 거역 하여 받지 않으니, 황제가 세 번째 칙서를 내리되, 『네가 부친의 유언에 의하여 짐을 거역하는 것을 이해하며 이를 용서하였다. 너는 와서 다만 제목만을 쓰라. 천하의 백성들은 모두 왕의 아들이며, 너의 부친도 나의 아들이 아니겠느냐. 사사로운 일로 공사(公事)를 가벼이 말라. 다만 너에게 제목만을 쓰게 하노니, 만약 이도 거역한다면 비록 불사(佛事)를 짓는 이 자리일지라도 네 목을 쳐서 왕령을 세우리라.』 하였다.


유룡이 어찌할 수 없어 궁중에 들어가 제목을 쓰니, 묘법연화경 권제일, 묘법연화경 권제이, 묘법연화경 권제삼, 묘법연화경 권제사, 묘법연화경 권제오, 묘법연화경 권제육, 묘법연화경 권제칠, 묘법연화경 권제팔, 팔팔 육십네 자였다.


쓰기를 마치고 집에 돌아온 유룡은 『내가 왕명을 거역할 길이 없어 부친의 유언을 어기고 불경을 썼으니 불효자가 되었도다. 천신지기도 노하시리라.』 한탄하며 잠이 들었다.


그날 밤 꿈에 큰 광명이 나타나더니 한 천인이 뜰 앞에 섰는데, 헤아릴 수 없는 권속이 뒤따랐으며, 이 천인의 머리 위 허공 중에는 예순네 부처님께옵서 계시었다. 유룡이 합장하고 묻기를 『어떤 천인이시옵니까.』 하니, 대답하기를 『나는 너의 아버지 오룡이다. 불법을 비방한 죄로 혀가 여덟조각으로 찢어지고, 아홉 구멍에서 피를 흘렸으며, 머리가 일곱 조각으로 쪼개지고서 무간 지옥에 떨어졌다. 저 임종시의 고통도 견디기 어렵다고 여겼는데 무간지옥 고통은 그의 백천만억배 견줄 수도 없었다. 둔한 칼로 손톱을 도려내고, 톱으로 목을 자르며, 숯불 위를 걷게 하고, 가시덤불에 굴리는 등 그 고통이 무수하여 사이 끊어짐이 없음이라. 어떻게 해서 나의 아들에게 일러줄까 생각했으나 할 수 없음이라. 


임종시에 「불경(佛經)을 쓰지 말라.」 유언한 것을 후회하여 나를 원망하고 혀를 깨물었으나 아무 소용도 없는데, 홀연 묘의 한 자가 무간지옥의 솥 위로 날아오더니 변하여 금색의 석가모니 부처님이 되시어 삼십이상을 흡족하게 갖추시고 면모가 만월 같으시었다. 대음성을 내시어 설하시기를 「가령 법계에 널리 있는 선을 끊은 중생 들이라도 한 번이라도 법화경을 들으면 결정코 성불하리라.」 하시었도다.


또 이 글자 속에서는 큰 비가 내려 무간지옥의 불꽃을 끄니, 염라왕은 관을 기울여 공경하고, 옥졸들은 철장을 버리고 섰으며, 모든 죄인은 무슨 일인지를 몰라 떠드는데, 다시 법의 한 자가 날아오니 먼저와 같았다. 이어서 연 자, 화 자, 경 자, 권 자, 제 자, 일 자 이렇게 육십네 자가 날아와서 육십네 부처님이 되시었다.


무간지옥에 육십네 부처님께옵서 나타나시니 마치 육십네 개의 해가 공중에 든 것과 같았으며, 하늘에서는 감로를 내려 죄인들에게 주었다. 죄인들은 「이게 어찌된 일입니까.」 하고 물으니, 육십네 부처님께옵서는 대답하시기를 「우리들 금색몸은 전단보산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이 무간지옥에 있는 오룡의 아들 유룡이 쓴 법화경 팔권의 제목 팔팔 육십사의 문자니라. 저 유룡의 손은 오룡이 낳은 분신이기 때문에 유룡이 쓴 문자는 곧 오룡이 쓴 것과 같은 것이다.」 라고 설하시니, 무간지옥의 죄인들은 「우리들도 사바세계에 있을 때는 아들도 있고, 아내도 있고, 권속도 있었음이라. 어찌하여 공덕을 짓지 않는가. 또 공덕을 짓는다 할지라도선근의 쓰임이 약해서 이루어지지 못하는가.」 한탄하거늘, 혹은 하루, 이틀, 1년, 2년, 반 겁, 1겁이 되어 이와 같은 선지식을 만나 구원을 받아 다 나의 권속이 되어 무간지옥을 벗어나 도리천으로 올라감이나. 우선 너를 예배코자 왔노라.』 하였다.


유룡이 듣고 기쁨이 몸에 넘침이라. 아버지의 모습도 보고 육십사 부처님께 예배하여 받들게 됨이라. 육십사 부처님께옵서 말씀하시되 『우리는 다로 주인이 없다. 네가 우리의 단월이니라. 이제부터 너의 아버지가 되어 너를 수호하리니, 너는 해태하지 말라. 너의 임종시에 와서 도솔천 내원궁으로 인도하리라.』 하시었다. 유룡이 더욱 황송하여 맹세하기를 『오늘 뒤부터 다시는 외전(外典)의 문자를 쓰지 않겠나이다.』 하고 꿈에서 깨어나 이 몽사를 황제께 고하니, 황제가 크게 기뻐하여 『이 불사(佛事)는 이미 성취되었노라.』 하고 이 사실을 기록케 하였다.


명필 유룡은 그 뒤 한평생 법화경을 서사하고 독송하는 것으로 업을 삼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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