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법연화경을 모신 공덕
이 때 미륵보살께서 부처님께 물으시되, 「저는 지난 세상에 무슨 인연으로 공덕이 지중하여 미륵보살이 되었나이까. 원하옵나니, 부처님 설하심을 듣고자 하나이다.」
부처님께옵서 말씀하시되 「너는 보현보살보다 공덕이 나으니라.너는 지난 세상에 도원이라 하는 사람으로 연나라에 났었는데, 부모가 빈한하여서 친구가 타국에 장사 다니는 것을 보고는 부모께 고하되, 은자 사천 냥을 얻어 주시면 친구를 따라 타국에 가서 장사하여 오리라 하였다.
부모가 그 말을 기꺼이 듣고 은자 사천냥을 얻어 주거늘 받아 가지고 타국에 장사하러 가는 중간에 한 곳에 닿으니, 한 집의 홍문 밖에 패를 써 부터였으되, 아무 사람이라도 글자 일곱자를 사려하거든 은 사천냥을 가지고 오라 하였거늘, 도원이 괴이하게 여겨 주인을 찾으니 주인이 나왔는지라 이르되, 은 사천 냥을 가지고 왔으니 글자 입곱 자를 팔라 하니, 주인이 안으로 들어 가더니 비단 보에 싸서 옥반에 담아내어 왔음이라. 펴보니 실상묘법연화경이라 하여거늘 가지고 본국으로 돌아오니, 부모가 크게 놀라 가로되, 은 사천 냥을 가지고 장사하러 간다더니 어찌 이렇게 쉽게 돌아왔느뇨. 대답하되, 소자가 타국에 가서 세상에 얻기 어려운 보배를 은 사천냥이나 주고 사왔나이다.
부모가 그 보배를 보자하여 펴보니 글자 일곱자이라. 이것을 보고 묻되, 이 글자는 무엇에 쓴다 하더뇨. 대답하여 말하되, 소자가 은 사천 냥을 주고 사왔사오나, 쓸 데는 알지 못하나이다.
부모가 크게 놀라 남의 돈 사천 냥을 주고 쓸데없는 글자를 사왔으니 어찌하리오 하고 꾸짖거늘, 도원이는 산에 올라가 실상묘법연화경을 외웠더니 굴속에서 부르는 소리가 나거늘 그 굴을 들여다본 즉 큰 구렁이가 우는지라 물어 가로되, 너는 어찌하여 우느뇨. 큰 구렁이가 답을 하되, 나는 이 굴 속에서 삼천 년을 고생하였는데 오늘 날 그대의 실상묘법연화경 읽는 소리를 듣고 그 공덕으로 천상으로 올라갈 것이로되 나의 머리에 보배를 전할 곳이 없는 고로 우노라.
도원이가 그러면 그 보배를 나를 주고 가라 하니, 큰 뱀이 머리를 돌에 부딪쳐 죽거늘, 그 머리를 보니, 야광주가 있느는지라, 내어 가지고 집에 돌아와 부모께 뵈이니, 부모가 보배 얻은 곳을 묻는지라, 그 사연을 말씀하니, 부모가 기뻐 이르되, 이것은 부처님께옵서 주심이로다 하더라.
실상 묘법연화경이라고 한 공덕으로 후세에 장자의 아들이 되어 헤아릴 수 없는 즐거움을 받으며, 한량없는 부처님을 친견하고 공양 예배하여, 그 공덕으로 이제 비구 비구니 우바새 우바이 천용 야차 모든 대중 가운데에 신통한 광명을 가진 미륵보살이 되었느니라.」 하셨습니다.
법화경으로 옷을 해 입고 문둥병이 걸리다
사미 운장은 소년에 출가하여 아함경을 전해 가졌는데 의복이 다 떨어졌다. 겨울이 다가오자 추위에 몸이 얼어 고생스러웠다. 그래서 오래된사찰에 들어가 법화경 오륙 권을 얻어서 이를 연결하여 종이옷을 만들어 입었다.
이를 보고 사람들이 한심한 일이라 하였다. 겨울이 다 지나가기도 전에 홀연히 문둥병이 생기더니, 눈썹이 전부 빠져 버리고 조그마한 부스럼이 온 몸에 번지는데 처음에는 콩알처럼 생기더니 다음에는 밤알처럼 되다가 칠일이 되는 날 몸에 열이 극심하더니 마침내 목숨을 마치었다.
이를 본 사람들이 탄식하여 말하되, 아깝도다.
운장 사미가 대승경을 가벼이 하더니 금생 내생의 이익을 잃어버리는구나.
- 법화전기에서
공중으로부터 소리나는 곳에 황금보배를 가르쳤다 함
청신사 음명관은 단양 땅 사람이다. 어릴 떄에 스님이 되어 다른 행업은 없고 오직 법화경 일부를 외우더니, 그 후에 속환이가 되어 처자를 두고 농업을 일삼는데, 일 년 열두 달에 단 하루를 쉬지 않고 부지런히 일을 하나 살기가 어려워서 몸에는 헌 누더기가 떠날 사이가 없고 입에는 풀칠하기 바쁜지라. 그러나 오직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무슨 일을 하든지 또는 잠깐 쉬든지 할지라도 입으로는 항상 법화경을 가만가만 외우더니, 어느 날 밤중이 되어 문득 공중에 소리가 있어 음명관이를 부르는데 음명관 하는 소리가 분명한지라. 음명관이 일어나서예하고 대답한 즉, 공중 사람이 또 하는 말이 일어나거라. 내가 너에게 황금덩이를 가르쳐 주겠노라. 그 보배는 어디 있느냐 하면, 마을 남쪽으로 나가면 커다란 밭이 있고 그 밭 동쪽으로 황련수라는 고목나무가 있지 않느냐. 너는 지금 빨리 가서 그 나무 밑을 파게 되면 커다란 금덩어리가 나올 것이니라.
음명관이 그 말씀을 들을 때 마음이 여간 기쁘지 않는지라, 즉시 그 아들을 깨워 일으키며 하는 말이 자 좋은 일이 생겼다. 어서 등불을 켜라. 괭이와 가래들을 가지고 아무개 밖으로 가자. 자식이 아버지의 서두르는 형상에 아니가고는 될 수 없음을 알고 잠결에 못마땅해 하는 말이 아버지, 웬일입니까. 아닌 밤중에 무엇을 하자고 어디로 가자는 말씀입니까. 무슨 망령이 나 생기지 않으셨나요. 아버지가 화를 내며 이놈아, 무슨 잔소리냐. 시키는 대로만 하려무나. 하며 강제로 괭이 가래를 들리어 황련수라는 나무 밑에 이르렀습니다. 등불을 나무 가지에 매어 달고 아버지와 아들의 협력으로 나무 근처를 한참 파고 보았으나, 아무 흔적이 없는지라, 자식이 또한 하는 말이 아버지, 그만 갑시다. 남이 알게 되면 우리 부자를 무어라 말을 하겠습니까. 아버지도 다시는 할 말이 없어 어찌할까 생각하는데, 공중에서 또 소리 나며 나무 옆으로 한자 가량만 들어가서 파보라. 하는지라.
그제는 힘을 얻어 시키는 대로 파고 보니, 과연 황금 덩어리가 나오는데 가걱으로는 수천만원 어치라. 아버지와 아들이 그서을 짊어지고 돌아와서 당장에 가옥 전택을 크게 장만하니, 이웃사람들이 눈이 둥그레서 모두 이상히 보는지라.
음명관이 하루는 여러 사람을 모아놓고 많은 음식을 대접한 뒤, 우리 집이 오늘날 이와같이 됨은 자신이 평생에 법화경을 수지독송한 공덕이라 설명하니, 모든 사람이 듣고 많이 발심하였다 하니라.
날짐승이 법문을 익혀 듣고 문득 업장의 몸을 벗어 버리다
동진 때의 법지라는 스님이 있어 여항산에 들어가 토굴을 짓고 법화경을 읽어 외우기를 일과로 삼아 조금도 게으름이 없더니, 그 때 꿩 한마리가 그 토굴 옆에 집을 짓고 있으면서 매양경 읽는 소리가 나고 보면, 그 곁으로 날아 와서 모시고 법문을 들어 온 것이 그럭저럭 7년이라는 긴 세월을 채웠습니다.
하루는 그 꿩이 날아 왔는데 살펴보니 그 모양이 매우 수척하였는지라. 법지 대사가 날개를 쓰다듬어 가로되, 네가 비록 날짐승이나 법화경을 잘 들었으니, 만일 축생의 몸을 벗어버린다면 반드시 인도환생을 할 것이다. 하고 경을 읽어 마쳤으나, 그날은 웬일인지 날아가지 않고 들 아래로 주춤거리며 돌아다니는지라. 대사는 측은히 생각건대, 저것이 혹 먹을 것을 찾지 않는가 하고 콩날 같은 것을 던져주어도 잘 먹지 않더니, 그 이튼날 새벽에 그만 죽었는지라.
대사가 그 몸을 염습하여 깨끗한 것에 묻어주었더니, 그날 저녁에 꿈을 꾸는데 웬 푸른 옷의 동자가 나타나며 공손히 절해 가로되, 저는 오늘 아침에 죽은 꿩입니다. 스님의 법문 소리를 많이들은 공덕으로 이 산 아래 마을 왕씨의 집에 태어나서 남자가 될 터이온데, 바른편 겨드랑이에 조그마한 꿩털이 붙어 있을 테니 그걸 보시면 짐작하실 것입니다. 하고는 갑자기 사라졌습니다.
대사는 꿈을 깨서 생각건대, 내가 꿩이 죽기전에 예언한 바도 있었고 또 꿈이 이상하니 징험하여 보리라 하고 왕씨 집 형편을 비밀히 보았더니, 과연 십삭 후에 남자를 탄생하였다 하는지라. 대사는 다시 생각건대, 이 아이가 걸음발이나 하고 말 배울 시기가 되거든 한번 찾아보리라 하더니, 세월이 유수광음처럼 빨리 지나서 3년이 되는 어느 날에 왕씨 집에서 재를 베풀고 대사에게 공양청장이 왔는지라. 대사는 자진하여서 찾아보리라 하던 것이 마침 좋은 기회를 잘 만났다 하고 흔연히 내려가서 그 부모를 만나보고 막 인사를 하는 판인데 그 어린 것이 달려들며 우리스님께서 오셨다. 하고 무한히 반겨하는지라. 대사 역시 사랑해서 그 아이를 품에 안으며 머리를 쓰다듬어 가로되, 이는 우리 꿩아이라. 하고 그 옷깃을 풀어 바른편 겨드랑이 밑을 살펴보니, 과연 조그마한 꿩의 털이 세개가 박혀 있는지라. 대사는 3년 전 꿈에서 겪은일이 꼭 들어맞음이라, 감탄을 금치 못하는 판인데 온 집안이 이상한 일이라고 떠들석하며 왕씨 내외는 그를 보고 무슨 원인이냐고 상세히 묻는지라.
대사가 지내온 일을 낱낱이 설명하여 주고 다시 하는 말이 이 아이는 불문에 인연이 깊은지라. 일곱 살이 되거든 나에게 상좌가 되게하시오. 그 부모도 그럴 듯 점두하고 흔연히 승낙하더니, 7세가 되는 어느 날에 출가하여 법지 대사에게 상좌 됨에 행자로 시봉하다가 나이 열 여섯 살이 됨에 그만 머리를 깎고 오계를 받을떄, 겨드랑이에 꿩의 털이 있다해서 이름을 담익이라 지어주고 법화경을 보여주니, 한 자도 서슴지 않고, 무른 땅 벗기듯 읽어 갔습니다.
대승경전을 이력 나게 보아 대법사가 된 연후에 동으로 회계 땅에 있다가 진망산이란 곳에 들어가 풀을 엮어서 암자로 삼고 법화경을 전문으로 외어 열두 해를 채우더니, 하루는 날이 저물매 어디서 오는 절색의 여자 한 명이 들어서는 데, 몸에는 채의를 입고 손에는 큰 봇짐을 들었으며, 그 봇짐 속에는 흰빛 돼지 새끼 한마리와 커다라란 마늘 두 뿌리가 들어있는지라. 스님앞에 들어서며 울며 가로되, 저는 이 산 밑에 아무의 딸로서 산중에 들어와 고사리를 뜯다가 그만 모진 범을 만나서 도망질을 쳐 왔습니다. 날은 벌써 저물어서 산길이 희미하고 수목은 컴컴하온대, 무서운 짐승이 오락가락 할 터이니, 집을 찾아간다 할지라도 살아갈 길이 없을 듯 하옵니다. 미안한 말씀이오나 하룻밤 자고 가면 어떠하오리까.
담익 대사는 생각건대, 깊은 산중 사람이라곤 없는 지경에 젊은 남녀가 한 집에 잠을 잔다는 것이 매우 혐의스럽다 해서 그는 허락할 수 없다. 하고 듣지 아니하니, 여자가 그만 슬피 울기 시작하는지라. 대사는 하는 수 없어 풀 자리를 따로 한곳 정해주고, 다시 법복을 정제한 후 법화경을 읽어 밤이 이슥하더니, 여자가 갑자기 배가 아프다 하며 스님께서 좀 보아주시오. 하는지라. 대사가 준비하였던 약을 던져 주었으나, 그는 먹지 않고 아프다 소리소리 지르며 만일 스님께서 저의 가슴을 만져 주신다면 저윽이 편안할 듯 하겠고, 그렇지 아니하신다면 곧 죽겠습니다. 저는 일찍이 듣자온 바 불법은 자비방편으로 근본을 삼는다 하였사오니, 스님께서는 어찌 차마 앉아 보시고 한 번 손을 대어 구제치 아니하옵니까. 대사 가로되, 나는 계행을 가지는 스님으로서 여자의 몸을 만지는 것은 크게 당치 않는 일이올시다.
여자는 들은 척도 아니하고 그저 만져만 달라 하는지라. 대사는 어찌할 수 없어 수건을 주장자 끝에 매어 가지고 멀리 앉아 여자의 배를 문질러 주니, 조금 있다 여자가 하는 말이 병은 벌써 가라앉았사오니, 감사합니다. 하고 잠이 들었다.
날이 밝음에 여자가 일어나 뜰 아래 내려서매 채복은 화하여 상서 구름이 되고, 돼지는 변해서 흰 코끼리가 되며, 마늘은 화하여 일쌍 연꼿이 되더니, 그 여자가 바로 연꽃을 디디며 코끼리에 올라앉아 구름을 타고 날아가며 하는 말이 나는 보현보살이니라. 네가 오래지 않아 보살도를 얻게 됨에 특별히 와서 한번 시험하였노라. 너의 마음은 물 가운데 달과 같아서 더럽혀줄 도리가 없다. 하며 말을 마치고 표연히 날아가니, 그때 공중에서 꽃비 오고 땅이 다 진동하는지라.
그날 회계 태수 맹공개가 새벽에 일어나서 대청에 거닐더니 문득 남쪽 하늘을 바라보매 오색 구름이 일어나며 그 속으로 서기 광명이 쪼여서 관청 뜰가지 환하여지며, 그 상서 구름 밑으로는 금석(金石: 비석이나 종 따위)과 사죽(絲竹: 현악기와 관악기)의 소리가 은은히 들리는지라. 태수는 너무도 이상하다 하여 그 즉시 사방으로 탐문해서 담익 대사가 보현보살을 만나본 결과를 알고서는 대사의 행장을 갖추어 그 연유로 조정에 장계(狀啓: 글을 써서 올려서 보고함)하고는 나라의 조칙을 받아 그 곳에 절을 짓고 법화사라 사액(賜額: 임금이 편액을 하사함)하니, 그때는 동진 안제의희 13년 봄이더라.
비구가 가만히 경을 외움에 귀신의 난을 면하다
옛적에 외국 어느 절에서 나이 젊은 비구가 있어 매양 법화경을 외울 때 일찍이 절 밖에서 경행하더니, 문득 나찰녀귀를 만나니 변화로 젊은 부녀가 되어 절묘한 안색으로 비구앞에 와서 호리거늘, 비구가 그만 미측해서 드디어 육체를 범하고 보니, 그 즉시로 정신이 황홀하여 아무 감각도 없어지는지라.
여귀가 그만 비구를 둘러업고 공중으로 날아올라 본처에 돌아가서 잡아먹으려고 밤기운을 타서 더나가는데, 밤이 샐 지경에 어느 절 지붕 위로 지나가려니까, 그 절에서 어떤 스님의 법화경 읽는 소리가 낭랑히 들리는지라.
비구가 귀신의등에 업혀 가면서 그 경 읽는 소리에 정신이 번쩍 나서 자기의 습송하는 바를 생각하고 가만가만 외우니, 여귀의짊어진 것이 점점 무거워져서 땅으로 내려지는데, 나중에는 감당할 수 없게 됨에 그만 버리고 달아나거늘, 비구가 정신을 가다듬더니 새벽 종소리가 들리는 지라. 그 소리를 찾아 절문으로 들어가서 주지 대사를 방문하고 지내온 사실을 숨기지 않고 설명을 하였습니다.
그러나 자기 고향을 알아본즉 여기서 2천여리라 하는지라. 모든 스님들은 하는 말이 이 사람은 큰 계를 범하였으니, 같이 있을 수 없습니다. 하거늘, 한 늙은 대사가 하는 말이 그는 여귀에게 미혹한 바요, 본심이 아닌 것이며, 이미 귀난을 면코 보니 법화경의 위력이 나타났는지라. 가히 우리 절에 머물러 있어 그로 하여금 참회케 하라. 하더니, 그 후에 고향 사람들을 만나서 동행하여 떠났다 하더라.
부진 때 서의라는 사람은 수족이 풀리어 몸을 숨기다
부진 때 고륙 땅 사법 서의는 그 나라에서 상서 벼슬을 하고 있었는데, 젊을 때부터 법화경을 모셨습니다. 어느 해 난리가 일어나서 서 상서는 적국병정에게 잡혀 갔습니다. 장차 죽이려 하는데, 두 발은 땅에 파묻고두 손은 포승으로 묶였으며 머리는 풀어 나뭇가지에 잡아매고 앞 뒤 좌우로는 수직군을 두어서 그 이튿날 로 쏴죽이려 하였습니다. 서의는 생각하기를 살아날 길은 전혀 없으니 후생 인연이나 깊이 맺자 하고 밤이 다 새도록 법화경을 소리 없이 외웠습니다.
비몽사몽간에 어떤 사람이 나타나며 하는 말이 지금 일이 급하였는데 어느 시간에 잠을 자겠는가. 하는지라. 서 상서가 깜짝 놀라 일어나며 수직군을 달빛으로 살펴보니, 모두 피곤하여서 잠이 깊이 들어 있고 시험해 보느라고 몸을 움직여보니, 두손과 상투 잡아맨 것이 스르르 풀려지며, 두 발도 흙에서 뺴어지는지라. 아, 이게 웬일이냐. 걸음아 날 살려라. 하며 그만 도망질을 치는데, 한 백여 보나 갔을까 생각인데 수직군 한명이 잠이 깨여 그만 소동이 일어났습니다. 여러 사람들이 횃불을 잡고 쫓아오는데 서 상서는 쫓겨 가며 생각건대 바른 길로 가다가는 필경 잡힐 것이라 하고 그만 숲이 우거진 곳으로 들어가 납작 엎드리고 있었더니, 수직군들이 그 옆으로 오락가락 하면서도 찾아 내지 못하였고 날이 밝아짐에 모두 흩어져 가는지라. 상서는 그제서야 풀속에서 기어나와 그 근처 절로 찾아가서 화를 피하였다 하니라.
신이 옹호하다
원지통은 농성현 사람인데 여러 해를 계속 법화경을 외웠다. 나이 스물에 군대로 뽑혀 팔만정벌군에 들어가 집에서 만여 리를 떠나 있었으나, 법화경 독송을 그치지 않았다. 남쪽 국경에 이르러 전투가 벌어졌는데 크게 패하여 많은 사람이 살상당했다. 원지통이 어찌할 바를 모르고 두려워 떠는데 홀연 다섯 사람이 말을 타고 앞으로 달려가다가 맨 끝의 사람이 원지통에게 말하기를 그대가 선과를 닦아 경문을 염송하므로 우리호법선신들이 수호해 주어 아무도 해치지 못하는 것이오. 여기서 7리쯤 가면 탑이 있을 것이니, 그 탑 속에 들어가 숨어 있으면 적군이 그대로 돌아갈 것이오. 하였다.
또 두 스님이 나타나서 단월이 법화경을 독송 하는 공덕으로 다섯 명의 선신들이 호위하는 것이니, 더욱 정진하시오. 그러면 항상 선신이 가까이 있어 도와줄 것이오. 하고는 공중으로 사라졌다.
이후로 원지통은 세번을 적과 싸웠으나, 조금도 다치지 않고 오랑캐를 평정하고는무사히 집으로 돌아왔다.
정관 8년에 지병으로 목숨을 마쳤는데 사자가 나타나 염라왕의 앞으로 데려갔다 염아왕이 묻기를 어떤 좋은 일을 했는가. 원지통이 대답하기를 항상 법화경을 독송하고 재계를 지니며 예참했습니다. 염라왕은 이 말을 듣자 합장하고 찬탄한 다음 금으로 만든 의자와 옥으로 된 책상을 가져오라 하여 전각으로 올라가 바닥에 융단을 깔고 자리를 마련해 놓은 다음 원지통이 한권을 외우자 염라왕이 말하기를 그대의 덕업이 매우 깊으시오. 이곳 지옥을 두루 보아 죄와 복이 어긋남이 없음을 더욱 분명히 알도록 하시오. 하였다. 지옥을 두루 돌아본 원지통은 매우 겁이 나고 두려웠다. 다시 염라왕의 앞으로 가니, 염라왕이 또 말하기를 그대는 지옥을 보셨소. 더욱 부지런히 정진하시오. 내가 그대의 수명을 늘렸소이다. 하였다.
원지통이 다시 살아나 위와 같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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